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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대척점에 놓여있던 신화 개념과 본질 그리고 기능 탐색 본문

독어독문학, 구텐 탁!

이성의 대척점에 놓여있던 신화 개념과 본질 그리고 기능 탐색

③Ω 2020. 9. 2. 14:00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성의 대척점에 놓여있던 ‘신화’ 개념이 그 본질과 기능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탐색된 점을 들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몽주의는 ‘신화에서 이성으로 Vom Mythos zum Logos’라는 자신의 강령을 교정하는 기제로 다시금 신화를 소환하 50) Zitiert nach: Hans Blumenberg: Arbeit am Mythos. Frankfurt a. M. 2001, S. 292 ff. - 22 - 게 된 것이다. 특히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계몽주의 사상을 접한 독일은 여러 영방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어 분규와 갈등이 잦은 와중에, 대립된 것들을 하나로 통일시킬 수 있는 원리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독 일 후기 계몽주의자들은 이성 위주의 계몽이 주로 배운 자들에게만 유효했을 뿐 다수의 민중들에게 흡수되지 못한 한계상황을 직시하고, 이성과 감성을 동시 에 매개로 한 ‘모두’를 위한 계몽을 모색하고자 하기도 했다.51) 그리고 이때 고 대 그리스 시대―각 개체들이 보편과 합일을 이루어 총체성을 구현한 시대―는 근대가 지향해야 할 모범상으로, 고대 그리스 신화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매개물로 탐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헤겔은 일반 민중을 이성과 도덕 으로 이끄는 수단으로 ‘신화’를 언급하면서, 고대 그리스 신화를 자신의 민중교 육 논의에 적극적으로 수용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학문과 예술 이외에 ‘종교’야 말로 당시 사람들을 더욱 강력하게 계몽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믿음으로써, 교 리와 이론적 틀에 얽매인 기존 기독교(‘객관적 종교’)가 아니라 ‘마음과 환상 Herz und Phantasie’을 바탕으로 하는 민중종교(‘주관적 종교’), 즉 그리스 종교 (신화)를 강조하기도 했다.52) 이처럼 비진리와 비합리성의 표상이던 신화는 후 기 계몽주의에 이르러 재발견되고, 새로운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조명되었다. 그 런데 당대 사상가들은 그리스 신화를 고대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근대에 재현 하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고도로 성장해가는 상황 속에서 고대 그리스 신화의 문화적․역사적 기능을 전과 동일하게 반복하기란 불가능했을 뿐더러, 그들은 이 시대가 요청하고 또한 이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 운 신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이처럼 신화에 내재한 힘을 적극적으로 재탐색하고자 했던 후기 계몽주의의 시도는 초기 낭만주의에서 본격적으로 논 의될 ‘새로운 신화 Neue Mythologie’ 이념의 전사(前史)를 이루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독일 관념론의 최초의 체계기획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1796-1797)53)은 당시 ‘새로운 신화’라는 발상을 이끌어낸 획기적인 원고로 간주된다. 이 글은 아직까지 저자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다54) 추상적인 강령들을 선언적으로 나열하고 있어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 51) Vgl. Christoph Jamme u. Gerhard Kurz (Hg.): Idealismus und Aufklärung. Kontinuität und Kritik der Aufklärung in Philosophie und Poesie um 1800. Stuttgart 1988. 52) Vgl. Friedhelm Nicolin (Hg.): Der junge Hegel in Stuttgart. Aufsätze und Tagebuchaufzeichnungen, 1785-1788. Stuttgart 1970, S. 60. 53) Franz Rosenzweig: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Heidelberg 1917. 이하 「체계기획」이라 약칭한다. 54) 이 원고의 저자는 헤겔, 쉘링, 횔덜린 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헤겔의 필체가 나타나 - 23 - 은 짧은 분량의 텍스트인데, 독일 관념론 철학의 근원사와 이에 대한 해석을 다 루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 평가되어 왔다. 아울러 이 글은 후기 계 몽주의적 입장에서 새로운 신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우선 체계기획 은 칸트를 언급하면서 ‘전체 형이상학 ganze Metaphysik’이 장차 “모든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 즉 모든 실천 명제들의 완전한 체계 ein vollständiges System aller Ideen oder, was dasselbe ist, aller praktischen Postulate”가 되어야 한다 고 역설한다.55) 또한 이 글에 따르면 이 완전한 체계란 바로 ‘윤리학 Ethik’에 해당된다. 이러한 점들은 체계기획 이 칸트의 실천 명제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도 이를 통해 기존 철학의 체계를 혁신하고자 하는 바를 암시한다. 왜냐하면 분 명하게 암시되고 있듯이 체계기획 에서 제시되는 윤리학은 협의의 도덕철학이 나 ‘미덕론 Tugendlehre’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를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 글은 차례대로 세 가지 이념을 제시한다. 첫 번째 이념은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인 자아에 대한 표상 Vorstellung von mir selbst als einem absolut freien Wesen”56)이다. 자아에 대한 이와 같 은 이해는 피히테 Johann Gottlieb Fichte의 절대적 자아 das absolute Ich―스 스로를 정립할 뿐 아니라 자신의 필연적 대립자인 세계, 즉 비아(非我) 역시 정 립하는 자아―에 근거한다. 이러한 자아 이념은 곧 이어서 “인류의 이념 Idee der Menschheit”57)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 이념 Idee을 “자유의 대상 was Gegenstand der Freiheit ist”58)으로 정의하면서, 자유로운 인간들은 자신을 기 고, 그의 사유의 흔적이 발견되어 이들 중 헤겔이 가장 유력한 저자라고 추측된다. 이 원고는 1917년 유대교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젠츠바이크 Franz Rosenzweig(1886-1929)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Vgl. Otto Pöggeler: Hegel als Verfasser des ältesten Systemprogramm des deutschen Idealismus. In: R. Bubner (Hg.): Das älteste Systemprogramm des deuschen Idealismus. Studien zur Frühgeschichte des deutschen Idealismus. Bonn 1973, S. 17 ff. 55) Vgl. Franz Rosenzweig: a. a. O., S. 5: “eine Ethik. Da die ganze Metaphysik künftig in die Moral fällt―wovon Kant mit seinen beiden praktischen Postulaten nur ein Beispiel gegeben, nichts erschöpft hat―, so wird diese Ethik nichts anderes als ein vollständiges System aller Ideen oder, was dasselbe ist, aller praktischen Postulate sein. 하나의 윤리학[이 요청된다.] 왜냐하면 전체 형이상학은 장차 도덕에 속할 것이기 때문 이다. 이에 관하여 칸트는 자신의 두 가지 실천 명제들을 통해 단지 하나의 실례만을 제시했을 따름이지, 충분한 논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전체 형이상학은 장차 도 덕에 속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요청되는] 윤리학은 다름 아닌 모든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 즉 모든 실천 명제들의 완전한 체계가 될 것이다.” 56) Ebd. 57) Franz Rosenzweig: a. a. O., S. 6. 58) Ebd. - 24 - 계의 톱니바퀴 장치처럼 취급하는 정형적인 국가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 다.59)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이념들은 세 번째로 제시되는 “아름다움의 이념 Idee der Schönheit”에 의해 통합된다. 여기서 아름다움 Schönheit이란 모든 이 념들을 아우르는 “이성의 가장 지고한 행위 der höchste Akt der Vernunft”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성에 봉사하는 존재로 묘사된다.60) 그리고 ‘새로운 신화 neue Mythologie’는 다름 아닌 이 세 가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요청되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문학이자 종교로 자리매김 된다. 여기서 새로운 신화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그려지는 개체와 보편의 합일상 태를 지향하면서도, 그러한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이성’의 힘을 빌리는 문 학 Poesie의 또 다른 이름을 가리킨다. 이렇듯 이성이 문학적으로 각색된 ‘새로 운 신화’는 ‘이성의 신화 Mythologie der Vernunft’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치환 될 수 있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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