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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관한 담화와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 그리고 낭만주의 운동 본문

독어독문학, 구텐 탁!

신화에 관한 담화와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 그리고 낭만주의 운동

③Ω 2020. 9. 2. 16:00

신화에 관한 담화 는 1800년 낭만주의 잡지 에 게재 된 문학에 관한 대화 Gespräch über die Poesie 에 실린 네 편의 글들67) 중 Jena를 중심으로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초기 낭만주의 운동(이하 낭만주의는 초기 낭만주의를 가리킨다)을 일컫는다. 65) Vgl. Philippe Lacoue-Labarthe, Jean-Luc Nancy: The literary absolute. The Theory of Literature in German Romanticism. New York 1988, p. 5. 66) Friedrich Schlegel: Rede über die Mythologie. In: Wolfdietrich Rasch (Hg.): Die Bibliothek deutscher Klassiker Bd. 23. München u. Wien 1971, S. 496-508. 67) 슐레겔의 「문학에 관한 대화」는 「시문학의 시대 Epochen der Dichtkunst」, 「신화에 관한 담 - 27 - 하나에 해당한다. 문학에 관한 대화 는 낭만주의 문학을 이론적으로 정초하고 있는 글인데, 이목을 끄는 점은 이 글이 이러한 개념적 작업을 소설 또는 에세 이의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글에서는 네 명의 허구적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의 글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나누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중 루도비코 Ludoviko라는 인물이 발표하는 신화에 관한 담화 에 서는 무엇보다 문학과 신화가 본래적으로 합일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신화’의 필요성이 피력되고 있다. 그런데 초기 낭만주의의 새로운 신화 이념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기 전에, 우선 하만 Johann Georg Hamann(1730-1788)의 영 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사야 벌린에 따르면 그는 “계몽주의에 가장 치명적 인 일격을 가했으며, 낭만주의의 모든 과정을 […] 촉발시킨 사람 one man who, […] struck the most violent blow against the Enlightenment and began the whole romantic process”68)이자, 당시에 부정적으로 간주되던 신화를 맨 처 음 적극적으로 옹호한 인물에 해당한다. 하만에 따르면 “신화는 단순히 세계에 대한 거짓 진술이 아니며, 세인들을 현혹하려는 파렴치한들이 날조해 낸 이야기 도, 시인들이 멋을 부리기 위해 고안한 장식도 아니었다.”69) 오히려 “신화는 인 간이 감히 말로 나타낼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표현하는 수 단”70)이자 예술적인 이미지와 상징들을 통해 비가시적인 것을 드러내 보이는 매체인 것이다. 이와 같이 신화를 보는 하만의 관점은 슐레겔의 신화에 관한 담화 에서 좀 더 다듬어진 형태로 등장한다. 우선 루도비코는 다음과 같은 물음 으로 연설을 시작한다. 나의 친구들이여, 그대들이 예술을 숭배하는 만큼의 진지함으로 나는 그대들에게 다음과 같이 자문해 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감격의 힘은 문학에서도 줄곧 제각기 분산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문학이 반대 요소에 맞서 싸워 지쳤을 때에도, 결국 이 힘은 홀로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최고로 신성한 것이 늘 이름도 형상도 없이 화 Rede über die Mythologie」, 「소설에 관한 편지 Brief über den Roman」, 「괴테의 초기 및 후기 작품들에 나타난 다양한 문체 연구 Versuch über den verschiedenen Stil in Goethes früheren und späteren Werken」라는 네 개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68) Isaiah Berlin: The roots of romanticism. Princeton 1999, p. 40. (국역본 이사야 벌린: 낭 만주의의 뿌리. 강유원․나현영 옮김. 이제이북스 2001, 68면.) 69) Isaiah Berlin: a. a. O., p. 49: “myths were not simply false statements about the world, neither the wicked inventions of unscrupulous persons, seeking to throw dust in people’s eyes, nor pretty embellishments invented by poets for the purpose of decorating their wares.” (국역본 이사야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 83면) 70) Ebd.: “Myths were ways in which human beings expressed their sense of the ineffable, inexpressible mysteries of nature.” (국역본 같은 곳) - 28 - 머물며 어둠 속에서 우연에 내맡겨져야 하는가?71) 먼저 이 구절에서는 ‘감격의 힘’이 분산된 당대 문학에 대한 개탄이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한탄은 객관성과 명징성, 시와 산문의 분리 등을 강조한 당시 문 학운동의 한 경향성을 겨냥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 격의 힘’은 오히려 고전주의의 완전성이라는 이상에서 벗어난 현실상황, 가령 삶의 여러 지난하고 기괴한 형상들을 아우르는 상상력과 독창성, 창조의 절대적 자유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들에서는 바로 이러한 힘과 ‘최고로 신성한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문학에 대한 요청이 암시되고 있 다. 루도비코는 아래에 인용된 바와 같이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문학, 새로 운 신화가 시급히 출현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나는 바로 결론으로 넘어가겠다. 주장컨대, 고대인의 문학에서 신화가 중심점을 이루었다면, 우리 문학에서는 중심점이 부재한다. 그리고 본질적인 모든 것은―이 점에 있어서 현대 시문학은 고대 시문학에 비해 뒤떨어지는데―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요컨대 우리는 신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덧붙여 말하자면 우리는 하나의 신화를 소유할 때가 거의 다 되었다. 아니 오히려 우리 가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진지하게 참여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72) 이처럼 슐레겔을 비롯한 대다수의 초기 낭만주의자들은 신화 개념을 특히 고 대 그리스 신화와 관련지어 사유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야말로 근대 예술이 지 향해야 할 전범―“문학의 유구하고도 영원한 원천 der alte ewige Urquell der Poesie”73)―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새로운 신화는 개별 문학 장 71) Friedrich Schlegel: Rede über die Mythologie. In: Wolfdietrich Rasch (Hg.): a. a. O., S. 496: “Bei dem Ernst, mit dem ihr die Kunst verehrt, meine Freunde, will ich euch auffordern, euch selbst zu fragen: Soll die Kraft der Begeisterung auch in der Poesie sich immerfort einzeln versplittern und, wenn sie sich müde gekämpft hat gegen das widrige Element, endlich einsam verstummen? Soll das höchste Heilige immer namenlos und formlos bleiben, im Dunkel dem Zufall überlassen?” 72) Friedrich Schlegel: Rede über die Mythologie. In: a. a. O., S. 497: “Ich gehe gleich zum Ziel. Es fehlt, behaupte ich, unsrer Poesie an einem Mittelpunkt, wie es die Mythologie für die der Alten war, und alles Wesentliche, worin die moderne Dichtkunst der antiken nachsteht, läßt sich in die Worte zusammenfassen: Wir haben keine Mythologie. Aber, setze ich hinzu, wir sind nahe daran, eine zu erhalten, oder vielmehr es wird Zeit, daß wir ernsthaft dazu mitwirken sollen, eine hervorzubringen.” 73) Ebd. - 29 - 르를 넘어,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던 개개인과 삶의 조각들을 어우러지게끔 하는 문학적․예술적 사건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이러한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득한 장면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까마득한 밤, 사방에 피워 놓은 모닥불 주위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고, 어떤 이가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을 말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들이 어떻게 그 기원으로부터 유래하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준다. 또한 이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존재나 기이한 힘, 수많 은 변신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꾼은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들은 두려움 을 넘어 공포와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한 자리에 모인 사람 들은 이 낯선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들은 자신이 왜 여기에 모여 있고, 모여야 하며, 또 왜 그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아무 거리낌 없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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